'제2 두바이' 꿈꾸는 네옴시티 프로젝트...건설사, 사우디에 러브콜

한지연 기자() | Posted : June 30, 2022, 18:00 | Updated : June 30, 2022, 19:21

[사진=한국무역보험공사]

총 사업비 5000억 달러(약 650조원)가 투입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NEOM)시티 프로젝트' 수주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스어와 아랍어로 '새로운 미래'라는 의미의 네옴시티는 사우디가 '제2의 두바이'를 목표로 조성하는 '스마트시티+경제자유구역' 특구다.

사업규모가 국내 총 예산(607조원)을 가뿐히 넘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마천루 빌딩, 친환경 에너지, AI(인공지능), 문화 인프라·관광 등 건설업계가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총망라한다. 사우디의 구애를 얻기 위한 국내 건설업계의 '총성 없는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가 예산과 맞먹는 중동 도시건설 프로젝트...스케일이 다르네

네옴시티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사우디가 지난 2016년 발표한 '사우디 비전 2030(이하 사우디2030)'의 핵심 사업이다.

사우디 2030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공급구조가 다변화되면서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비석유 민간부분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사우디의 의지가 담겼다.

경제 외에도 관광·문화·신제조업 등 사우디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육성해 국가 전반의 사회문화적인 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9년 방한을 계기로 네옴시티 인프라 건설에 한국 건설사들의 전폭적인 참여를 약속한 바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2만6500㎢ 부지에 서울의 44배 면적인 스마트 시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길이 170㎞에 달하는 자급자족형 직선도시 '더 라인',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관광 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구성된다.
 
사우디는 네옴시티를 미래 세계무역의 허브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친환경 에너지, 수자원, 교통, 신제조업(3D 프린팅, 로봇, 자율주행차) 등을 비롯해 문화, 관광, 건설, 의료 등 16개 분야에서 미래혁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1차 완공 목표는 2025년으로 도시에 필요한 주택·항만·철도·에너지 시설 등 대규모 인프라 입찰이 현재 진행 중이다.
 
첫 승전보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울렸다. 최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사우디의 네옴 컴퍼니(NEOM Company)가 발주한 '더 라인(The Line)' 인프라 공사 수주에 성공했다. 네옴 지하에 총 28㎞ 길이의 고속·화물 철도 서비스를 위한 터널을 뚫는 내용이다. 수주 금액은 10억 달러(1조3000억원) 안팎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14일 해당 사실을 공시하면서 "수주처와의 비밀유지 협의에 따라 추후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 역시 "수주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발주처와의 비밀유지 협약을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사우디 최초 대중교통 시스템인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 성공으로 현지에서 높은 신뢰도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야드 메트로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6개 노선의 지하철을 새로 만드는 사업으로 올 연말 완공될 예정이다. 이 공사에 들어간 철강의 무게만 국내 초고층 마천루인 롯데월드 타워 18개를 지을 수 있는 양이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왕세자의 친분, 사우디에서 다수의 유전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이번에 삼성물산이 네옴시티 초고층 빌딩을 비롯해 다수의 주택·플랜트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밖에 GS건설, 희림, 한미글로벌 등 다수의 건설사들도 해당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 중이거나 소기의 수주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자회사인 GS이니마를 통해 중동에서 다수의 해수담수화 사업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설계와 건설사업관리(PM)에 각각 강점이 있는 희림과 한미글로벌도 네옴시티의 수혜를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억 달러 규모(약 2조6000억원)의 네옴시티 저수지와 송수관로 조성 사업도 최근 조달단계에 돌입했다. DB(디자인·빌드) 방식으로 추진되는 이번 프로젝트 입찰은 올해와 내년 사이에 실시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업규모가 한 해 국가 예산과 맞먹는 근래 보기 힘든 초대형 인프라 사업으로, 스마트시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에는 꿈의 무대"라면서 "기술력으로 무장한 미국과 일본기업, 가성비를 내세우는 중국기업 사이에서 한국기업들도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동의 '탈석유' 선언...건설사 "21세기형 기회의 땅, 퀀텀 점프하자"

이번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탈석유'를 선언하고,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를 연결하던 아라비아 상인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사우디는 네옴시티를 통해 최첨단 인프라를 갖춘 중계무역국으로 체질을 개선, 무너지는 원유 패권국의 위치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네옴시티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혁신의 도시이자 두바이·홍콩 같은 유통 및 금융 허브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한 외교계 관계자는 "네옴시티는 이집트와 요르단, 이스라엘, 수단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지리적으로 매우 위험하다"면서 "이런 지역에 대형 스마트 시티를 조성해 글로벌 자본과 물류, 기술, 사람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면 경제 발전 뿐 아니라 강대국의 압력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어 사우디가 외교적·안보적으로도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자본력은 풍부하지만 대규모 도시 개발 프로젝트 경험이 적고 기술력이 전무하다. 스마트 시티를 지으려면 토목·건설·수도·에너지·교통·환경·IT·문화 등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단기간에 대형 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고, 친환경 자동차·선박·정유화학·반도체·통신 인프라·한류콘텐츠 등 산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네옴시티 사업 적임자로 꼽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네옴 프로젝트를 유라시아 대륙의 패권국을 자처하는 중국에 맡기면 미국의 견제가, 미국과 군사·외교적으로 밀접한 일본에 맡기면 요르단, 팔레스타인 등의 도전을 불러 올 수 있다"면서 "사우디로서는 다양한 데이터를 다뤄야 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전권을 중국과 일본에 맡기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의 탈석유 프로젝트가 한국 건설사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면서 "건설사들이 한 단계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도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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