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실종 거북이 다페이페이를 찾습니다"

베이징=배인선 특파원() | Posted : May 29, 2022, 06:00 | Updated : May 30, 2022, 15:34

최근 베이징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 실종 거북이를 찾는 전단지가 붙어 있다.  [사진=독자 제공]

“실종 거북이를 찾습니다(尋龜啟示).” 

최근 기자가 거주하는 베이징 시내 아파트 단지에 실종 전단지가 붙었다. 반려거북이 '다페이페이(大肥肥)'를 찾는 내용이다. 다페이페이, 우리나라 말로 하면 '뚱뚱이'란 뜻이다. 
 
“품종 붉은귀거북, 신장 30㎝, 나이 25세. 정원 밖으로 기어나간 후 실종됨. 고령이라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 야외 생존 능력 없음. 수년간 가족처럼 지낸 다페이페이를 발견하신 분은 연락 바람. 사례는 톡톡히 하겠음."

이후 아파트 단지 내 인공호수에 크고 작은 거북이가 한두 마리 나타날 때마다 아파트 주민들의 위챗 단체 대화방에선 거북이 목격 신고가 이어졌다. 마치 제 집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듯, 실종 거북이를 찾는 데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중국인의 커지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개·고양이 집사만 6300만명···'65조' 중국 '펫 경제' 활황
중국은 최근 반려동물 대국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루이(艾瑞)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 도시민들이 반려동물로 키우는 개·고양이 숫자만 1억 마리, 개·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만 약 6294만명이다. 전체 반려동물로 보면 개와 고양이가 97%를 차지한다. 앞서 언급한 거북이를 비롯해 금붕어, 새, 고슴도치, 햄스터까지 포함하면 반려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시장조사업체 CBN데이터는 '2021 중국 반려동물 소비도감'에서 현대사회의 빠른 생활리듬, 과도한 스트레스 속에서 반려동물이 중국인의 삶의 동반자가 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반려동물과의 감정교감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고, 반려동물과의 일상을 공유하는 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새로운 교류 방식이 됐다. 

그만큼 중국인들은 반려동물에 쓰는 돈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최근 중국서 반려동물 경제가 고공성장하는 배경이다. 

중국 칭산캐피털에 따르면 중국 전체 동반경제(陪伴經濟, 일종의 외로움을 달래는 소비경제) 중 반려동물 경제가 최대 규모였다. 아이돌 경제(4위)는 물론, 모바일게임(2위), 라이브방송(3위) 경제도 제쳤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3488억 위안(약 64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성장했다. 

[자료:아이루이리서치]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6000만원 들여 지은 반려견 대저택 화제
최근 중국에서는 반려견을 위해 디스코장, 수영장풀, 엘리베이터 등과 같은 설비를 갖춘 대형 저택을 지은 반려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쑤성 쉬이현에서 샤오룽샤(小龍蝦, 민물가재) 산업에 종사하는 33세 저우씨는 애지중지 키우는 반려견 10여 마리를 위해 지난 3년간 34만 위안(약 6300만원)을 투자해 대저택을 지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소개했다. 

그의 반려견 사랑은 중국 숏클립 플랫폼 더우인(抖音, 틱톡의 중국버전)에서도 볼 수 있다. 더우인 팔로어 수만 875만명에 달할 정도로 그는 반려인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다. 

그의 더우인에 올라온 반려견 대저택을 보면 실내에 텔레비전, 빔 프로젝터, 에어컨, 정수기, 엘리베이터, 화장실, 미끄럼틀까지 마치 사람이 사는 집처럼 웬만한 설비는 다 갖췄다. 드넓은 야외 공간에는 수영장, 미니관람차, 풍차, 디스코장 등도 있어서 반려견들은 심심할 틈이 없어 보인다. 

저우씨는 “어렸을 적부터 개를 사랑했다. 호화로운 개집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며 "비싼 가방이나 옷을 사지 않는 대신, 내 반려견에게 아낌없이 투자할 뿐"이라고 말했다. 

저우씨가 틱톡에 공개한 반려견 대주택 모습. [사진=틱톡 갈무리]

 

저우씨가 틱톡에 공개한 반려견 대저택 모습. [사진=틱톡 갈무리]

저우씨가 틱톡에 공개한 반려견 대주택 모습. [사진=틱톡 갈무리]

 
"남친보다 고양이" 5·20 '연인의날' 반려견 소비 마케팅↑
중국인들의 반려동물을 향한 애정은 지난 20일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 1년 365일 중 반려동물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날 중 하나가 5월 20일이다. 

이날은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온라인 밸런타인데이(연인의 날)’로 불린다. 중국어로 ‘널 사랑해’라는 뜻의 '워아이니(我愛你)'와 숫자 ‘520(五二零, 우얼링)’ 발음이 비슷하다는 데서 유래됐다. 반려동물이 연인·가족만큼이나 중국인의 삶의 중요한 동반자로 떠오르면서 5월 20일에 반려동물을 위해 기념 선물을 사려는 청년들이 늘었다. 

충칭에 사는 90허우(90後: 1990년대 출생자) 직장인 리루루씨. 그는 최근 온라인에서 캣타워를 주문해 5월 20일 '연인의 날'에 맞춰 반려고양이를 위해 설치했다. 과거엔 이날을 남자친구와 함께 보냈지만, 올해는 반려고양이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고 그는 중국신문망에 말했다. 

또 다른 00허우(00後:2000년대 출생자) 원징씨. 그는 연인의 날을 앞둔 19일 아침 반려견 '차오파오' 이빨을 닦이고, 발톱을 손질하고, 털을 곱게 빗어 미리 예약해둔 사진관으로 가서 함께 추억으로 남길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중국신문망은 5월 20일을 앞두고 '반려동물 경제'가 뜨겁게 달궈졌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55개가 넘는 주요 반려동물 브랜드가 온라인쇼핑몰 5·20 쇼핑 축제에 참가하며 반려동물 소비 마케팅이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중국 양대 온라인쇼핑몰 티몰·징둥 판매 통계를 살펴보면 5·20 마케팅 기간, 반려동물 관련 매출은 꽃·케이크 등 '연인 간 선물품목'과 비슷한 상승 흐름세를 보였다.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훙수에서도 5·20 전후로 반려동물 관련 콘텐츠가 인기몰이했다.

천훙빙 충칭공상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신문망을 통해 "반려동물 경제는 젊은층이 주력 소비군으로 견인하고 있다"며 도시 생활의 빠른템포에 지친 청년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힐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청년들은 반려동물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먹는 것, 입는 것 등 의식주부터 교육·미용·사진·보험 등 반려동물 경제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체인을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정하오 쓰촨외국어대 국제법·사회학 부교수는 "반려동물 경제 활황에는 성공한 사람을 모방하려는 심리적 요인도 작용했다"며 "매스컴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고 스킨십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면서 아름다운 삶을 향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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