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의 '원셀' 선언이 궁색한 이유… ​문제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쌓이는 재고

강현창 기자() | Posted : October 20, 2021, 08:01 | Updated : October 20, 2021, 13:52

[사진=셀트리온]


지주사 합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셀트리온그룹이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진행하기 위한 숙제가 여전하다.

현재 셀트리온 그룹 계열사 셀트리온홀딩스는 다른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흡수합병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코스피 상장사 셀트리온의 대주주(23.02%)며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코스닥 상장사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대주주(24.30%)다.

그동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해 일명 '원 셀트리온(One Celltrion)'을 만들겠노라 선언해왔다. 이번 합병은 각자의 지주사 합병이긴 하지만 '원 셀트리온'을 위한 것으로 보기에는 거리가 있다. 셀트리온그룹이 '원 셀트리온' 체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로 또 같이' 셀트리온 계열사의 특이한 관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미 각각 시총이 29조원, 13조원에 달하는 대형사다. 셀트리온은 현재 코스피 시총 10위권 재진입을 노리고 있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부동의 코스닥 시총 1위다. 양 사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두 회사의 관계는 특이하다. 셀트리온은 제약사지만 약을 시장에 팔지는 않는다. 셀트리온이 생산한 의약품은 다른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사들인 뒤 이를 시장에 파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이런 사업구조라면 양사가 연결재무제표로 묶이겠지만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연결재무제표를 구성하지 않는다.

이유는 서로 지분이 엮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홀딩스가 대주주며,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가 대주주다. 그리고 각각의 홀딩스는 서정진 회장이 대주주로 가지고 있다.

만약 서 회장 개인의 재무제표를 작성한다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생산과 판매가 연결된 수치를 볼 수 있겠지만, 일반 개인의 재무제표를 만들지는 않는다.

이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사업적으로는 밀접한 관계지만 회계적으로는 떨어진 일종의 '수'를 쓴다는 지적이 수년 전부터 나오고 있다.

제품을 만드는 족족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팔 수 있는 셀트리온은 매년 3000억~7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30%가 넘는다. 지난 2019년부터는 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며, 올해는 매출 2조원을 기대하는 중이다. 특히 판매처가 확실하다 보니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만든다.

반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수익성은 위태롭다. 셀트리온으로부터 사들인 제품이 모두 완판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2016년부터 영업적자는 아니지만 실제 돈을 벌고 있지 못하다.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다.
 
이대로 양사 합병할 경우 매출·이익 쪼그라들어
이런 구조에서 만약 양사의 재무제표를 합친다면 매출과 영업이익, 현금흐름 등에 큰 변화가 생긴다. 우선 셀트리온의 매출은 무시된다. 두 회사를 하나로 볼 경우 내부거래는 매출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연결재무제표 상 영업이익이 각자 회사의 개별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의 합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판 제품의 상당수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로 쌓여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양 사의 합병에 큰 장애가 있다.

현재 각 회사의 주가는 각각의 실적을 기반으로 생성됐다. 양사의 실적을 합치는 결과가 '1+1=2'와 같이 고스란히 반영되거나 '1+1=3'처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반대하는 이가 없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1+1=0.5'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럴 경우 특히 셀트리온의 주주들로서는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면 재고부담을 떠안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주들은 찬성에 몰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서 회장이 말해온 '원 셀트리온'의 구상은 어렵다. 연내에 추진 중인 합병은 각자의 홀딩스를 합치는 것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여전히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꼼수' 상황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원 셀트리온' 위해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실적 개선이 1순위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 개선이 1순위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개선에 큰 기대를 걸었다.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화제였다. 유럽시장 매출이 안정세를 보인 가운데 미국에서도 주요 제품인 혈액암치료제 '트룩시마'의 처방이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그만큼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으로부터 넘겨받은 램시마 SC가 문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으로부터 램시마SC를 5300억원 어치를 공급받아 지난 2분기 누적매출액은 약 660억원어치를 팔았다. 사 온 제품의 12%만 겨우 팔고 4640억원 어치가 재고로 쌓인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는 매년 느는 추세다. 지난 2015년에는 1조3992억원 수준이던 재고자산이 지난 2분기 기준 2조1430억원으로 늘었다. 늘어난 재고의 대부분이 램시마SC의 재고로 파악된다.

결국 각자 매겨진 양사의 가치를 합병 이후에도 고스란히 인정받기 위해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이 셀트리온의 매출보다 더 많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이 더 늘어나지 않아야 한다. 의약품을 셀트리온 그룹 내에서 돌릴 게 아니라 시장에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만 양 사의 합병 전 영업이익의 합계가 합병 후 영업이익보다 줄어들지 않아 셀트리온의 주주들도 합병에 찬성할 수 있게 된다.
 
홀딩스 합병은 과세 이연 혜택 위한 조치
한편 셀트리온을 주시하고 있는 금융투자업계가 지난 7월 셀트리온그룹의 계열사 합병 발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해당 합병은 셀트리온의 본질과는 큰 관계가 없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7월 합병 발표는 '원 셀트리온'을 위한 사전작업이라기보다는 지주사 설립 시 주식 현물 출자에 주는 과세 이연 특례를 누리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내년부터는 현물출자로 받은 지주사 주식을 처분할 때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등을 4년 거치 후 3년 분할 납부해야 한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현물출자한 24.30%의 주식이 있다.

이지수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 투명성 확보와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지주회사 합병보다는 사업회사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이 중요하다"며 "사업회사 합병 시 각 사의 주주총회에서 안건 부결 및 반대 주주 매수 청수권 행사로 인해 실질적인 합병이 어려울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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