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없이도 척척 자율주행 '스마트선박' 어디까지 개발됐나?

윤동 기자() | Posted : November 27, 2020, 11:00 | Updated : November 27, 2020, 11:00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연료가 가장 적게 드는 최적 운항 경로를 탐색한다. 내부에 사람이 없어도 고성능 카메라와 라이다(Lidar)가 주변을 식별해 스스로 장애물을 피한다. 기상 이변에 대처할 수 있고, 광대역 초고속 통신을 통해 250여㎞가 떨어진 원거리에서도 실시간 제어가 가능하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아닌 스마트선박에 적용된 기술이다. 지난해 12월 삼성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성공한 5G 기반 원격·자율운항 기술 시연하며 이 같은 성능을 뽐냈다.

당시 거제 바다를 항해한 길이 3.3m의 모형 선박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정한 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s)을 모두 이행하며 자율운항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이번 시험 운항으로 삼성중공업은 5G 통신 기술을 활용해 선박의 자율·원격 운항 기술 상용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자율운항 기술로 대표되는 스마트선박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도 오는 2025년까지 1600억원 규모의 자율운항 선박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해 완전 무인 자율운항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스마트선박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ICT를 활용해 효율적인 운항을 돕는 차세대 선박을 의미한다.

선박의 스마트화 핵심은 자율 운항 제어 시스템(ANS), 선박 자동 식별 장치(AIS), 위성 통신망 선박 원격 제어 기술(IMIT) 등 IT 기술이다. 이를 통해 경제적으로 무인 자율 운항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조선 3사가 일제히 스마트선박 개발에 뛰어든 것을 두고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탈출구를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날로 치열해지는 수주 경쟁, 매년 심화하는 해양 환경규제, 치고 올라오는 후발주자 등 어려움 속에서 선두를 지키려는 조선업계가 또 다른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LNG선 경쟁력은 최고 수준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불안감이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며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기술 중심 산업으로 전환,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 세계 자율운항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자율운항 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8% 성장해 오는 2025년 시장규모가 1550억 달러(약 18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이 먼저 발 빠르게 나섰다. 유럽은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선박 자율운항을 위한 MUNIN(Maritime Unmanned Navigation through Intelligence in Network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 롤스로이스와 노르웨이 콩스베르그가 눈에 띈다. 전자 및 해양솔루션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콩스베르그는 롤스로이스의 상선 부문을 인수합병 하는 등 완전 무인 자율운항 선박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난 2017년에는 글로벌 미네랄 비료 회사 야라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자율운행 전기 선박 개발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5월까지 시험운항을 마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초 무인 자율운항 선박 상용화도 앞서가고 있다. 영국 프로메어연구소와 IBM은 400년 전 미국 대륙을 발견한 영국 청교도들이 타고 온 '메이플라워'호에서 이름을 따온 '메이플라워 프로젝트'를 통해 내년 중 선원 없이 대서양을 횡단할 계획이다. AI 기반 자율운항 선박인 메이플라워는 자율주행차나 자율주행드론처럼 AI를 통해 스스로 바다를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중국과 일본도 스마트선박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제조업 대국(大國)에서 강국(强國)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스마트선박이다.

일본 정부도 조선 산업 부흥을 위한 '해사생산성혁명' 정책을 세우고 오는 2025년까지 250척 규모의 스마트선박을 일본 내에서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MOL, NYK, 미쓰비시 중공업 등 10개 이상의 해운·조선 기업들이 공동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주요 조선사도 이 같은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다만 자율운항 개발을 유럽·일본보다 5년가량 늦게 시작한 데다 일부 핵심기자재와 기술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빠른 시간 내에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조선해양 기자재 산업의 국산화율은 90%로 선박 건조기술 경쟁력은 확보했지만 선박 내 항해 관련 전자·IT융합 장비의 외산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각국이 스마트선박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앞서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스마트선박 인증을 받은 삼성중공업의 15만톤급 셔틀탱커 '이글 페트롤리나(Eagle Petrolina)'호.[사진=삼성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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